H&M, 자라 등 스파 브랜드가 싼 ‘진짜’ 이유.

2013년 4월 24일, 방글라데시 수도 사카 인근의 8층의 빌딩형 의류공장 '라나플라자'가 순식간에 무너져 1,138명이 죽고 2,500명이 다쳤습니다. 이는 건물 붕괴로 인한 사상자 수 1위를 지키고 있던 삼풍 백화점 사건을 갱신하는 최악의 사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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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사고 전날 건물 관리자와 경찰들이 찾아와 사람들을 대피시킬 것을 경고했으나, 공장주들은 사람들에게 오지 않으면 이번 달 임금을 주지 않겠다고 협박하며 출근을 종용했습니다. 이들 공장들의 원청업체는 우리에게 친숙한 스파 브랜드, H&M, 자라, 망고, 프라이마크 등이었습니다.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은 월 최저임금(1만 2,000원 남짓)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태로운 환경에서 죽기 직전까지 재봉틀을 돌려야 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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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 이후, 사람들은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 등 전 공정을 브랜드가 손수 맡아 관리하기에 저렴한 가격에 판매가 가능하다는 스파 브랜드들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어 9,900원 시리즈의 파격가 셔츠나 바지가 매달 새 디자인으로 신속히 판매되는 원리에도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결국, 최저 임금을 비롯해 열악한 노동 환경 등 의류 업체들의 가혹한 노동 착취로 인해 가능했던 게 아니냐며 스파 브랜드들을 거세게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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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은 최빈국에 대한 무관세 혜택이 본격 적용된 2004년 이후 급팽창했습니다. 의류 기업들은 앞다퉈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 기존 하청 국가보다 인건비가 훨씬 낮은 방글라데시에 공장을 세웠고, 특히 주 단위로 저가 신상품을 빠르게 공급하는 전 세계 패스트 패션 트렌드와 맞물려 방글라데시는 의류 산업의 '메카'로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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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 플라자 붕괴 사건 이후,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스파 브랜드들은 그제야 국제노동기구(ILO), 방글라데시 현지 노조와 함께 '화재 및 건물 안전 협정'을 맺고 2014년 10월 말까지 '고층 빌딩의 경우 스프링클러 설치' 및 '비상계단 사이에 방화문 설치', '화재경보기 설치'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언론에 공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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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 등의 의류 기업들은 국제노동기구(ILO), 방글라데시 현지 노조와 함께 ‘방글라데시 화재 및 건물 안전 협정’(어코드)를 만들어 이를 근거로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1500곳을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2014년 10월 말까지 ‘고층 빌딩의 경우 스프링클러 설치’ ‘비상계단 사이에 방화문 설치’ ‘화재경보기 설치’ 등을 완료하기로 약속했죠.

twitter/La_Directa

하지만 2015년, 국제 노동 인권 포럼 조사 결과에 따르면, "H&M이 약속한 것과 달리, 방글라데시의 수많은 노동자들은 여전히 '죽음의 덫(death trap)'과 같은 위험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된 채 일하고 있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에 같은 해, H&M 측은 "하청 업체 공장들은 요구 사항 중 약 60%를 완료했다. 다만 스프링클러와 방화문 등을 방글라데시로 수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일부 일정에 지연이 생겼다."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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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016년, H&M 브랜드가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단체, '에이치엠 브로큰 프로미스'(HMbrokenpromise)'에 따르면, 가동 중인 공장 55% 이상이 여전히 제대로 된 화재 대비용 비상구도 갖추지 않은 상태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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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파 브랜드의 뜨거운 인기는 식을 줄 모릅니다. 소비자들은 매주 수 백 벌씩 새롭게 진열되는 저렴한 옷 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합니다. '나는 왜 패스트패션에 열광했는가(Overdressed: The Shockingly High Cost of Cheap Fashion)'의 저자, 엘리자베스 클라인(Elizabeth L. Cline)은 자신의 책에서, "자라는 매주 두 번씩 새로운 옷을 만들며, H&M과 포에버 21도 매주 새로운 옷을 내놓는다. 영국의 탑샵은 매주 400점 이상의 옷을 출시한다"'며 스파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한 주만 지나도 유행에 뒤쳐진 것처럼 느끼게 하며 구매를 자극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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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눈앞에 놓인 9,900원짜리 티셔츠에 현혹되기보다,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생계를 위해 목숨을 걸고 낙후된 시설에서 날마다 재봉틀을 돌려야 하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의 혹독한 삶을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패스트 패션에 맞선 새로운 움직임, 양보다 질을, 유행보단 인권과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슬로우 패션' 트렌드를 직접 실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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