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 지뢰만 400만 개 이상, 은퇴 후 캄보디아로 날아간 노인

과연 70세의 당신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지, 생각해본 적 있으신가요? 오래 다닌 회사에서 정년퇴직한 뒤, 자유를 만끽하며 지내고 있을까요? 아니면 여전히 현장에서 후배들과 열심히 일하고 있을까요? 죽기 전에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세계 일주 중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무리 별난 소원이라도, 아래 사연 속 주인공처럼 집에서 멀리 떨어진 '지뢰밭'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은 사람은 아마 누구도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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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과 급식을 먹고 있는 이 남성의 이름은 타카야마 료지입니다. 태양처럼 환한 미소를 보아하니, 성격이 아주 좋은 할아버지처럼 보입니다. 타카야마는 일본 자위대에서 36년 동안 복무하면서 지뢰 제거 기술을 배운 퇴역군인입니다. 군대에서 제대한 3일 뒤, 그는 배운 기술을 써먹기 위해 아직까지 400만 개 이상의 지뢰가 묻혀있다는 머나먼 캄보디아까지 날아갔습니다.

Facebook/US Embassy Brussels

캄보디아의 국토는 장장 20년에 걸쳐 벌어졌던 내전으로 인해 황폐해졌습니다. 물론 지난 몇 년 동안 눈부신 성장을 해낸 아시아 국가 중 하나이지만, 내전 후 남겨진 숨은 지뢰나 불발탄은 지금까지도 종종 국민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Facebook/高山 良二

타카야마는 캄보디아에 가게 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24년 전, 제가 처음으로 캄보디아에 방문한 건 UN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됐을 때였습니다. (중략) 전쟁으로 파괴된 도로와 다리를 복구하는 임무였습니다. 임무를 마치고, 반 년만에 일본으로 귀국했습니다. 귀국길에 저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은 나라다. 꼭 돌아와야지.’라고 마음속으로 결심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타카야마는 그날의 다짐을 이루기 위해 캄보디아로 돌아왔습니다.

Facebook/高山 良二

그는 기근에 시달리는 마을 타센(Tassen)을 방문했습니다. 캄보디아에서 가장 전쟁 피해가 막심했던 마을 중 하나로, 약 7,000명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었습니다. 이 지역엔 지뢰와 불발탄이 곳곳에 묻혀있었고, 심지어 주민들의 밭이나 정원에서 나오기도 했습니다. 빈번한 폭발물 발견으로 토지는 거칠고 메말라갔고, 마을의 발전도 더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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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주민 중 한 사람인 코이 덴(Koi Den)은 전쟁통에 다리 하나를 잃었고, 종전 후에는 밭을 갈다가 지뢰를 밟아 반대쪽 다리마저 잃었습니다.

Facebook/高山 良二

코이는 완전히 살 희망을 잃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까도 했지만, 남겨질 아내와 아이들 생각에 차마 그러지 못했습니다. 참혹한 현실로부터 달리 도망칠 구석은 없었습니다. 다리 대신 착용한 의족으로 걷기는 꽤 힘들었지만, 살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과일 밭을 다시 일구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타카야마가 마을에 찾아와 지뢰를 하나둘씩 제거하기 시작했습니다. 코이는 그의 선행을 보며 살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그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일했고, 현재는 무려 용안 나무 500그루의 재배를 앞두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나이였던 타카야마와 코이는 절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밝은 미래가 눈앞에 있을 거라 믿으며, 서로를 응원하고 독려해주었습니다."

Facebook/高山 良二

타카야마는 현지인들과 일본인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국제 지뢰 처리 · 지역 부흥 지원회(IMCCD)라는 비영리단체를 찾았습니다. 이 단체는 지금까지 타센에서만 대인지뢰 350개, 대군함지뢰 145개, 불발탄 682개를 제거해 땅 154헥타르를 되찾았습니다.

Faecbook/GIVEDAILY

타카야마와 단체의 노력 덕에 마을 사람들이 입었던 몸과 마음의 상처도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경제적인 어려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열악한 환경에서도 카사바(작물)을 길러, 태국에 싼값에 팔고 있습니다. 이 작물에 부가가치를 포함한다면, 마을 사람들의 경제적 사정도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익을 더 내기 위해서, (작물을 가공해) '카사바 소주'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타카야마와 현지인들은 술을 만드는 방법을 몰랐지만, 목표를 이루고 말겠다는 열정만큼은 뜨거웠습니다. 9년 간의 거듭된 시도 끝에, 일본 주류 회사와의 협력으로 빨간색 소주 소라쿠마에(ソラークマエ)가 올해 탄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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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야마는 마을에서 '타(Taa)'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라는 뜻입니다. 지긋한 나이에는 어울리는 별명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지뢰를 제거하고 소주를 만들고, 일본에서 캄보디아 지원 활동 모금을 하는 등의 큰 선행을 베푼 그에게는 할아버지보다 '슈퍼맨 할아버지'라는 별명이 더 어울립니다.

Facebook/高山 良二

현실적으로 봤을 때, 모든 사람이 타카야마와 같은 슈퍼맨의 삶을 살 순 없을 겁니다. 그의 훈훈한 사연은 은퇴할 나이에도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진정한 젊음의 비결은, 자신의 마음속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실천에 옮기는 겁니다. 바로 타카야마 할아버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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