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전 사고 희생자, 올림픽 영웅으로 거듭나다

옥사나(Oksana Bondarchuk)는 1989년 6월, 우크라이나 호멜니츠키 시에서 태어났습니다. 아이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의사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기 다리의 절반 이상이 사라진 상태였죠. 심지어 기형인 손에는 엄지손가락과 손톱조차 없었고, 태어날 때부터 신장 기능이 손상되어 있었습니다.

facebook/Saul R Show

당시 선천적 기형을 가진 아기가 태어나면, 대부분 원인은 3년 전 인근에서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문이었습니다. 옥사나의 부모는 이러한 방사능의 영향으로 딸이 건강하게 자라나지 못할 것이란 생각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또한, 세상의 시선에 맞서 딸을 잘 키워낼 자신이 없었던 그들은 이제 막 태어난 옥사나를 보육원에 맡겼습니다. 그렇게 옥사나는 친부모와 영원히 이별하게 됩니다. 

facebook/Gay Masters

7년의 세월을 보육원에서 보낸 옥사나. 다시는 그 시절을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녀는 심각한 괴롭힘에 시달렸습니다. 보육원에서는 구타는 물론, 아이를 굶기고 성적 학대까지 일삼았죠. 어린 소녀의 삶은 고통 그 자체였습니다. 그나마 옥사나에게 힘을 주는 것은 어느 날 입양이 되면 보육원을 벗어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이었습니다.

facebook/Gay Masters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는데요. 사실 보육원 관계자들은 옥사나를 입양하고 싶은 부모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국 입양아 데이터에 옥사나의 이름이 등록되어 있긴 했지만, 이는 형식적인 절차일 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여겼죠.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지구 반대편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미국 신시내티에 사는 게이(Gay Masters)라는 이름의 여성 언어치료사였습니다. 그녀는 옥사나의 사진을 보는 순간, 어찌 된 일인지 자신의 딸처럼 느껴졌다고 전했습니다. 

Instagram/oksanamasters

옥사나는 5살 때 처음으로 게이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법에 의거, 공식적 입양 절차를 위해 꼬박 2년이라는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사이 옥사나는 게이가 마음을 바꿔 돌아오지 않을까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게이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옥사나에게 새로 살 집의 사진과 함께 직접 쓴 편지를 보냈고, 옥사나를 대신해 필요한 서류들을 꼼꼼히 챙겼습니다.

게이의 결정에 놀란 것은 보육원뿐이 아니었습니다. 그녀를 알던 신시내티 주민들조차 게이가 왜 "건강한" 아기 대신 옥사나를 입양하기로 했는지 의아해했죠. 하지만 게이의 결심은 확고했고, 결국 이러한 그녀의 완고함 덕분에, 옥사나는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Instagram/oksanamasters

8살이 되어서야 옥사나는 마침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됩니다. 당시 아이의 몸무게는 고작 35k에 불과했습니다.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때부터 발끝으로만 걸을 수 있었던 옥사나. 이러한 이유로 그녀의 다리는 계속해서 약해져만 갔고, 결국엔 자신의 체중을 감당하지 못할 수준에 이릅니다. 새 가족은 옥사나가 가능한 필요한 모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병원에서 손의 기형은 바로잡을 수 있었지만, 다리는 절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의족을 끼우면 충분히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전했죠. 아직 한참 어린 10살의 나이에, 옥사나는 왼쪽 다리를 절단합니다. 1년 뒤, 오른쪽 다리 마저 절단했습니다.

위험이 컸지만, 수술은 별 탈 없이 순조롭게 마무리됐습니다. 옥사나는 의족을 끼운 채 다리 쓰는 법을 재빠르게 익혔습니다. 머지않아 아이는 달리고,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자전거까지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녀는 자신의 열정을 바칠 한 분야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조정이었죠. 그녀는 열심히 훈련했고 타고난 재능까지 더해져 미국 장애인 올림픽 조정팀 국가대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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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롭(Rob Jones)와 함께 그녀는 2012년 런던 장애인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거머쥐었습니다. 한 때 고아였던 소녀는 어느새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해 있었죠. 올림픽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지어 한 스포츠 잡지에서는 그녀에게 누드 화보를 찍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그녀의 사진은 전 세계 사람들의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2년이 지나 25살이 된 옥사나. 이번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동계 장애인 올림픽 대회에서 크로스컨트리 스키 종목으로 동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합니다. 스포츠계는 이 걸출한 운동선수의 등장에 집중했으며, 그녀의 이야기는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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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사나는 자신에게 찾아온 고통과 싸워 이겼습니다. 오늘날, 그녀는 우크라이나에서 국민적 영웅으로 칭송받습니다. 2015년 그녀는 자신의 모국을 방문해 부상병들을 위로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보육원에 들러 그곳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facebook/Gay Masters

지금 옥사나의 소셜 미디어를 보면, 그녀에게 악몽과도 같은 과거가 있었음을 쉽게 상상하지 못할 것입니다. 게이는 선천적 장애로 버려지고 학대받은 어린 고아 소녀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었고, 옥사나는 이를 꽉 잡고 절대 뒤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그녀가 또 어떤 성과를 이뤄낼지 벌써 기대되네요. 그녀의 창창한 앞날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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