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남긴 피해액만 3억, 경찰도 못 잡은 ‘닌자 할배’ 은퇴

2011년부터, 일본 오사카에서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수수께끼 빈집털이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지역 경찰은 범인을 잡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범인은 아주 깊은 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커멓게 입고 나타나 원하는 물건을 순식간에 들고 사라졌습니다. 발걸음이 무척 날쌔고 가벼워, 어느 담이든 훌쩍 뛰어넘을 만큼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미스터리한 도둑을 '헤이세이(일본 연호, 1989년 1월 8일부터 현재까지)의 닌자'라고 불렀습니다. 검은 복장을 하고 나타나, 사람들의 눈을 피해 어둠을 가로지르는 날렵한 모습이 닌자를 연상하게 했죠.  범인은 몇 년 동안 수사망을 요리조리 잘 빠져나갔습니다.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 용의주도한 범행에 경찰도 두손두발 다 들 지경이었습니다만….

Flickr/minoir

2017년 봄, 악명 높던 '헤이세이의 닌자'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이하고 말았습니다. 한 폐쇄회로 카메라에 범인의 모습이 찍힌 거였죠. 영상 속 닌자가 무심코 목에 두른 워머를 내린 덕에 얼굴이 보였고, 경찰은 분석 끝에 범인의 은신처까지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 오사카 경찰은 드디어 신출귀몰한 도둑 '헤이세이의 닌자'를 체포했습니다. 수사 중, 경찰은 뜻밖의 사실을 알고 아주 놀라워했다고 하는데요.

Twitter/5chmaznet

오사카 시내에 있는 한 전자제품 판매점에서 현금 2만 7천 엔(한화 약 26만 원)을 훔치다 체포된 범인의 이름은 타니가와 미츠아키. 그의 나이는 무려 74세입니다! 그 연배에 상상도 할 수 없는 민첩한 범행을 저질러 세상을 놀라게 한 타니가와. 요즘 정정하신 어르신이 많다고는 하지만…. 자유자재로 담을 타고넘는 70대라니, 타니가와의 넘치는 정력은 '정정하다'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수사를 통해 밝혀진 그의 범행 수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오사카 시내의 버려진 아파트 중 한 곳을 은신처로 삼아, 낮에 지하철로 출근(?)해 밤이 되면 검은색 차림으로 갈아입고 나옵니다. 이후 인근 주택가를 돌며 범행을 일삼았습니다.

타니가와는 격자문을 드라이버로 여는 등,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 주택을 침입했습니다. "10분이면 어느 집이든 따고 들어갈 수 있다"라고 말해 경찰들을 또 한번 놀라게 했죠. 그는 2011년부터 254개의 물건을 훔쳤고, 절도로 인해 발생한 피해 금액만 총 2943만 엔(한화 약 2억 8천 5백만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약 3억 원에 달하는 거금을 도대체 어디에 사용한 걸까요.

Facebook/vincraft.tsu

경찰 수사 중, 74세의 타니가와는 "더 젊었더라면, 절대 잡히지 않았을 거다. 이제 일흔넷이라 충분히 늙었다고 생각해 도둑질을 그만두려는 것"이라고 담담히 '은퇴 소감'을 밝혔다고 합니다. 무려 8년에 걸친 기나긴 숨바꼭질 끝에 체포된 '헤이세이의 닌자'. 이 소식을 듣고, "슈퍼 할아버지에게 정상참작을!"이라며 닌자의 편에 서며 발끈한 네티즌도 있는 한편, "닌자의 정체가 할아버지였을 줄이야…"라며 놀라워하는 네티즌도 있었습니다.

일본 경찰청에서 매해 발표하는 범죄통계자료에 의하면, 빈집털이 건수는 보통 11월에 최고치를 찍는다고 합니다. 또 어떤 닌자가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오늘 밤 현관문을 꼭 걸어 잠그고 주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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