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만 수십 번, 십 대 소녀를 도운 타투이스트

아일랜드 더블린에 사는 애이오페(Aoife Lovett)는 우울증을 비롯, 여러 정신 질환으로 힘겨운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어린 소녀는 숨도 못 쉴 만큼 괴로운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자해까지 시도했다. 피가 철철 나고 너무 아팠지만,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면 아픔은 금세 사라졌다. 하지만 문제는 치료 후에도 팔 여기저기에 남겨진 칼자국이었다.
19세가 되던 해, 애이오페는 다행히 우울증을 이겨내고 건강을 되찾았다. 하지만 팔에 난 상처들을 보고 있으면, 과거 자해하며 보냈던 힘들 나날들이 가시가 되어 애이오페의 심장을 쿡쿡 찌르는 듯했다. "몇 년이나 지났고 비록 전 이제 건강하지만... 상처를 보고 있으면 아픈 과거가 떠올라 너무 힘들었어요. 제가 당시 얼마나 끔찍한 상태였는지... 도저히 잊혀지지가 않더군요. 특히 부모님을 보고 있으면 너무 부끄럽고 죄책감까지 들었어요." 애이오페는 말했다.
결국 애이오페는 흉터가 난 부위에 문신을 해넣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를 해줄 마땅한 타투이스트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애이오페는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상처 위에 하는 문신 시술을 꺼려하더군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든 작업이니까요. 혹여나 시술 후 문신이 예쁘게 나오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듯했어요. 타투이스트로서의 경력에 흠 집을 낼 만한 위험을 감수하긴 싫을 테니까요." 그녀는 절망했고, 상처를 영원히 떠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휩싸였다. 그러던 어느날, 애이오페의 엄마는 우연히 더블린에서 활동하는 타투이스트, 라이언 켈리(Ryan Kelly)의 프로젝트에 대해 알게 됐다.
때마침 당시 라이언은 "상처 뒤 아름다움"이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라이언의 프로젝트 덕분에, 과거 자해로 인해 몸 여기저기에 상처입은 채 살아가야만 했던 사람들은 아름다운 문신으로 상처를 덮을 수 있게 되었다. 2017년, 애이오페는 용기를 내어 라이언을 찾아갔고,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라이언은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어느 날, 한 소녀가 제 가게를 찾아와 상처 위에 문신을 해 줄 수 있냐고 대뜸 묻더군요. 이후 애이오페와의 대화를 통해 그녀의 사연을 알게 되었고, 전 애이오페에게 무료로 시술해 주고 싶다고 말했어요. 왜냐하면 제 작품은 그녀에게 단순한 문신, 그 이상의 의미였으니까요."
애이오페의 요청 이후, 라이언은 자해로 흉터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층 더 활발한 시술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물론 라이언은 고르지 못한 피부 표면에 문신하는 일은 전문가에게도 굉장히 힘든 일이라며, 다른 타투이스트들이 이런 작업을 꺼리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이해는 합니다. 아티스트로서 완벽한 작품을 완성하고 싶은 건 다들 같은 마음이니까요. 상처가 난 피부의 표면은 고르지 못해 시간도 더 많이 걸리고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어요. 그래도 이 프로젝트는 저에게 단순한 '일'이 아니에요. 제 작은 노력으로 인해, 힘든 과거를 이겨낸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라이언은 주말을 이용해 매주 토요일, 무료로 타투 시술을 해준다. 과거 정신 질환 등 역경을 딛고 일어선 고객들에게 상처를 가릴 수 있는 아름다운 타투를 선사한다.
작년, 교사였던 라이언의 친구는 우울증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따라서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한 줄기 희망을 선물하는 이 프로젝트는 라이언에게 있어 대단히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가게를 찾은 고객들은 상처로 뒤덮인 피부에 멋진 타투를 새길뿐 아니라, 미래를 헤쳐나갈 위한 용기와 희망 또한 가슴 깊숙이 새기고 간다.
애이오페는 마침내 긴 기다림 끝에 라이언에게 타투 시술을 받았다. 그녀의 팔엔 이제 단검을 품은 붉은 장미 문양의 타투가 고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 장미 타투는 애이오페에게 있어 삶의 역경을 극복해냈음을 보여주는 승리의 표식이다. 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감추듯, 사람들의 시선과 수군거림을 피해 더 이상 팔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 애이오페는 말했다. "라이언은 흉측한 상처 투성이였던 제 팔을 아름다운 타투를 품은 팔로 멋지게 바꿔주었어요! 이제 더는 숨지 않아도 돼요.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어요. 다 라이언 덕분이죠."
현재 라이언 가게의 대기 리스트엔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300명이 넘는 신청자가 그에게 타투를 받을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 글을 널리 공유해주시길. 꿈을 새기는 타투이스트 라이언에게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