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쓰레기 버리지 않기를 결심한 여성.

"종양이 발견됐네요... 음, 나쁜 소식을 전하자면 종양의 수가 6개란 건데요.. "

친구들과 깔깔 거리며 한창 캠퍼스를 누비던 여대생에게 떨어진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 아닐 수가 없었다. 20대 초반, 캐서린(Kathryn Kellogg)의 유방에 무려 6개의 종양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곧바로 치료를 시작한 캐서린은 이 과정에서 자신의 몸과 주변 환경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당시 캐서린은 스스로에게 자문했다. "난 건강했는데... 그것도 20대의 젊은 나이에 몸에 종양이 자란 거지?" 

Instagram/going.zero.waste 

이후 평소에 쓰던 샴푸나 화장품, 세제 등 생활 화학제품을 모두 조사했고, 가공 음식 섭취를 줄이고 육식을 끊었다. 그 과정에서 환경 호르몬에 대해 알게 되었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태계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에 대해서도 깨달았다. 그녀는 말했다. "몸이 아프기 전엔 이런 건 하나도 관심이 없었어요. 그냥 평범했죠. 그런데 당장 제가 아프니까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Instagram/going.zero.waste

2015년 1월 미국 캘리포니아 주로 이사 온 뒤로, 캐서린은 '쓰레기 제로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 실제 지난 2년 간 캐서린이 버린 쓰레기는 손바닥 만한 크기의 유리병 안에 모두 들어간다. 

twitter/take back your trash

그녀는 장을 보러 갈 때, 나뭇잎을 엮어 만든 커다란 장바구니와 그 안에 스테인리스 통과 종이 상자, 유리병, 헝겊 주머니 등을 담아 간다. 물론 플라스틱 용기는 없다. 마트에서 비닐봉지에 과일을 담아줘도 자신의 천주머니 등에 옮겨 담고 비닐봉지는 돌려준다. 심지어 시식 후 과일 껍질이나 꼭지 등은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근처 화단에 버린다. 과일 껍질 등은 햇빛에 마르면 자연스럽게 흙 속에 들어가 거름이 된다.

Instagram/going.zero.waste

캐서린이 운영하는 블로그, '고잉지로웨이스트(Going Zero Waste)'엔 이런 말이 쓰여 있다. "완벽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상 속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해 보세요.(It's not about perfection; it's about making better choices.)" 어떻게 2년치 쓰레기가 작은 유리병 하나 크기에 불과하냐고 물으며, 자신은 절대 못 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에게 캐서린이 전하는 메시지다.

Instagram/going.zero.waste

"완벽해지려면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아요. 작은 행동 하나가 지구에 쌓이는 쓰레기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세요. 예를 들면, 텀블러를 들고 다니고 장바구니를 꼭 챙기는 일 등이죠. 조금 더 적극적으로 행동한다면, 좋아하는 제품이 과대포장 용기에 담겨 있다면, 친구들을 모아 해당 회사에 포장지를 바꾸라고 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하는 등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하세요." 캐서린은 말했다.

facebook/Kathryn Kellogg

물론 일부 사람들은 캐서린이 사는 도시가 샌프란시스코라서 가능한 게 아니냐며 반문한다. 실제 샌프란시스코에선 '환경친화적' 가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캐서린처럼 포장용기를 돌려줘도 주인들은 불만을 삼지 않는다. 또한, 일부 상점은 화학분해가 가능한 용기에만 상품을 담아 판매키도 하고, 캐서린도 즐겨 찾는 '크레도뷰티(Credobeauty)'라는 화장품 가게는 재활용이 가능한 유리병에 담은 화장품만을 판매한다.

Instagram/going.zero.waste

그래서일까. 요즘 캐서린은 일반 슈퍼에서 물건 사는 일에 도전하고 있다. 예전만큼 성공적인 '쓰레기 제로'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진 못하지만, 방법은 다 있다고. 그녀는, "플라스틱 보단 재활용률이 높은 용기에 담긴 상품을 사고, 비닐봉지를 절대 쓰지 않죠. 아, 장바구니는 당연 필수고요."라고 말했다.

Instagram/credobeaut

여느 여자들처럼 화장을 즐기는 캐서린은 아이라이너와 마스카라를 직접 만들어 유리병이나 깡통에 넣어 사용한다. 운동 전에도 자신이 만든 천연 데오도란트를 뿌리고, 화장을 지울 때도 천연 오일로 만든 클렌저를 쓴다. 그녀는 말한다. "별 다를 것 없어요. 저 역시 이 바쁜 도시에서 9시부터 5시까지 일하는 평범한 직장 여성이죠. 스트레스를 받으면 초콜릿 칩 쿠키를 마구 집어먹고, 쉴 때는 좋은 책을 읽고 등산도 하고요.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세요."

Instagram/uncafesilvousplait_blog

실제로 세계 여러 각국에서는 과대 포장용기를 거부하고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제품만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비오쿱(Biocoop)'에선 준비된 용지에 과일과 야채를 담아 무게를 재고 각자 준비한 가방에 물건을 담아 계산한다. 독일 베를린의 '오리지널 운페어팍트(Original Unverpact)' 역시 같은 시스템으로, 로컬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프리사이클링(Precycling)이라고 부르는데, 재활용 가능성을 생각하면서 물건을 구매한다는 뜻으로 재활용(Recycling) 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지속 가능성을 추구한다. 

Instagram/Original unpacked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서울시 성동구에 위치한 친환경 식재료와 음식을 동시에 판매하는 가게, '더피커(the picker)'는 SNS를 중심으로 사람들 사이에 친화경 가게로 화제가 되었고, 이젠 서울숲 근처에 가면 꼭 들려야 하는 명소가 되었다. 또한 작년, 서울 망원동에 사는 환경운동가, 고금숙 씨가 직접 '에코 하우스'를 짓고 친환경 라이프를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그린 책, '망원동 에코 하우스'가 출판되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Instagram/thepicker

'쓰레기 제로 라이프'를 실천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면 먼저 캐서린의 블로그를 참고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와 내 가족의 건강, 더 나아가 우리가 사는 초록별 지구를 위해 오늘부터 조금씩 실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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