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자가 된 옛 친구를 돕기로 결심한 케냐 여성

케냐 나이로비 시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32살의 완자(Wanja Mwaura)는 시 근처 외곽에 있는 로워 카베테 지역으로 장을 보러 갔습니다. 이것저것 물건을 보고 있는 사이, 누군가 완자의 이름을 크게 불렀습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쳐다봤고, 그곳엔 낯선 남성 한 명이 서 있었죠.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는 거지?' 완자는 남자의 정체에 고개를 갸우뚱했고, 남자는 다가와 자신의 이름을 밝혔습니다. 그제야 완자는 기억이 난다는 듯 얼굴이 환해졌습니다. 

남성의 이름은 패트릭(Patrick Wanjiru, 34세)으로, 완자의 어린 시절 친구였습니다. 완자는 패트릭을 무려 15년 동안이나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완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패트릭의 모습이 7살 때, 자신이 기억하던 그의 모습과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죠. 장대처럼 큰 키, 툭 튀어나온 큰 눈, 커다란 몸집에 냄새나고 때가 탄 옷과 모자까지... 그는 부랑자처럼 거리 한쪽에 앉아있었습니다. 

완자는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는 듯 말했습니다. "학창 시절, 패트릭은 잘 나가던 축구 선수였어요. 심지어 사람들은 그를 두고 아프리카의 '펠레(브라질 출신의 유명 축구 선수)'라고 불렀는걸요." 다시 만난 패트릭은 그때완 180도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당시 패트릭은 아주 작은 다락방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공부를 잘 했지만, 돈이 없어 학교에 갈 수 없었던 그는 다락방에서마저 쫓겨났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그는 결국 힘겹게 이어가던 학업을 중단했습니다. 그 뒤, 그는 이전과 다른 전혀 다른 삶의 길을 걷게 되었죠. 약물에 손을 대기 시작한 그는 헤로인 중독에 시달렸습니다. 이후 변변한 직업 없이, 쓰레기통을 뒤지며 팔 수 있을 만한 물건을 찾는 게 패트릭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너무 다른 인생을 살게 된 패트릭과 완자는 점점 사이가 멀어졌고 결국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그렇게 15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그 사이 패트릭은 노숙자로 10년을 넘게 거리에서 살았습니다. 패트릭은 완자를 다시 만났을 때, 무언갈 원했다긴 보단 그저 오랜 친구에게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마음이 짠해진 완자는 패트릭에게 점심을 사주었습니다.   

완자는 어린 시절 패트릭이 가장 좋아하던 메뉴를 시켰고, 두 사람은 즐거운 대화를 나눴습니다. 완자는 패트릭에게 자신의 전화번호를 주었고, 그 뒤로 두 사람은 자주 연락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패트릭에겐 핸드폰이 없었지만, 완자와 통화를 하기 위해 그는 여기저기서 핸드폰을 열심히 빌렸죠. 패트릭은 완자에게 약물을 제발 끊고 싶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완자는 친구 패트릭을 위해 자신이 무언갈 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에 완자는 SNS의 힘을 빌려 패트릭의 재활 시설 비용을 모금하기 시작했습니다. 충분한 돈이 금세 모였고, 패트릭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재활 시설에 들어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패트릭은 몸무게도 늘고 집중력도 눈에 띄게 좋아지는 등 차도를 보였습니다. 완자는 친구의 변화가 너무 자랑스러웠고, 패트릭의 놀라운 변신 과정을 페이스북에 공개했습니다.  그녀는 사진과 함께, "1주일 전만 해도 손을 덜덜 떨고, 뭐 하나에도 집중하지 못했는데... 오늘날, 달라진 그를 보세요! 보통 사람처럼 말도 하고, 맑은 눈빛으로 저를 똑바로 응시하네요. 자신감도 한껏 붙었고요."라고 썼습니다. 

이 사연을 접한 한 부유한 사업가가 이를 널리 공유했고, 이후 패트릭을 돕겠다는 도움의 손길이 빗발쳤습니다. 언론 매체에서도 앞다투어 패트릭의 이야기를 다뤘고, 심지어 한 지역 방송국에서는 완자를 스튜디오에 초대해 패트릭의 치료 비용을 모두 대주겠다고 말했습니다.  

케냐에서는 약물 중독 재활 시설에 들어가기 위해선 아주 큰돈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완자의 도움으로, 패트릭은 90일 간 무사히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패트릭은 믿을 수 없다는 말했습니다. "완자는 하늘에서 떨어진 천사예요. 제 생명의 은인이죠. 제겐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네티즌들은 완자를 "마슈자(스와힐리어로 '영웅'이라는 뜻)"라고 부르며 그녀의 선행을 칭송했습니다. 완자는 "저 역시 너무 행복해요. 패트릭 덕분에 제 인생도 바뀌었는걸요. 이제 작은 행동 하나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깨달았죠."라고 말했습니다.

주위를 살피고 따스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의 작은 행동 하나가 물결을 이뤄 큰 파도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완자의 이야기처럼, 때론 누군가의 소중한 인생을 변화시킬 수도 있죠. 패트릭이 재활 치료를 잘 받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돌아오길 진심으로 빌겠습니다.

소스: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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