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 안된다’는 고정관념을 깨부순 세계 최초의 스튜어디스.

하늘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승무원. 승객의 편안하고 안전한 비행을 담당하는 전문 서비스직입니다. 일하며 전 세계를 누빌 수 있다는 강점에 여성들 사이에서 선망의 직업으로 꼽힙니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항공 객실 승무원은 누구였을까요?

일반인 승객을 대상으로 한 여객기에 객실 전문 요원을 도입한 것은 1928년 독일의 루프트한자 항공사였습니다. 그러나 이때는 여승무원이 아닌 남자 승무원, 즉 스튜어드가 탑승했습니다. 당시 유럽에선 고급 서비스 업무는 남성이 맡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여객기 객실 서비스 업무 역시 처음부터 남자가 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죠.

그렇다면 최초의 '여자' 승무원은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요?

사실 비행기에 탑승한 첫 스튜어디스는 간호사였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엘렌 처치(Ellen Church). 미국 아이오와주 출신의 꿈 많고 당찬 엘렌은 당시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비행기를 몰 수 있는 조종사 자격증까지 딴 상태였습니다. 그녀는 용기를 내어 현 유나이티드 항공의 전신인 보잉 항공수송회사에 조종사로 취업하고자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여자'인 그녀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엘렌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습니다. 끈질긴 협의 끝에 한 가지 타협안을 얻어낸 그녀. 비행이 익숙지 않은 승객의 상태를 살피는 간호사로 채용돼, 단 3개월만 객실에 동행하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엘렌은 회사의 동의를 얻어 간호사 출신 여성 7명을 추가로 모집했고, 이렇게 해서 최초의 스튜어디스, '스카이걸즈(Skygirls)'가 탄생했습니다.

당시 '스카이걸즈'의 채용 조건은 꽤 까다로웠는데요, 회사가 내세운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간호사 자격증 보유, 원만하고 교양있고 원만한 성격. 키 5피트 4인치(162cm) 이하, 몸무게 118파운드(51.2kg) 이하, 나이 20~26세 사이의 미혼 여성."

월 급여는 125달러(약 14만 원). 당시 물가를 고려하면, 성별을 막론하고 꽤 후한 편이었죠.

승객들은 상냥하고 친절한 엘런의 서비스에 호평을 보냈고, 이에 보잉사는 본격적으로 여성을 객실 승무원으로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2년이 지나지 않아 당시 미국 내의 20여 개 항공사가 너나 할 것 없이 여성 객실 승무원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피아망 항공사(에어프랑스의 전신), 스위스 항공, KLM항공, 루프트한자 등이 줄줄이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당시 엘렌을 비롯한 7명의 '스카이걸즈'는 흰색 가운에 흰색 모자, 즉 간호사복을 착용했습니다. 오늘날 스튜어디스의 복장은 바로 여기서 유래된 것이죠. 현재는 각 나라의 문화와 전통, 그리고 항공사들의 특징을 살린, 보다 실용적인 유니폼을 선호합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의 유니폼은 디자이너 진태욱 씨가 색동 한복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 한 것으로, 지난 2013년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공사 중 가장 인기 있는 유니폼 2위의 영광을 차지했습니다. 

최근에는 항공기가 대형화하면서 다시 '에어 너스(Air Nurser, 항공 간호사)'의 동승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고 합니다. 승객들의 안전을 최우선 한다는 점에서, 간호사와 승무원은 그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겠죠?

미국에서 여성 참정권이 도입된 것은 1920년, 불과 100여 년 전입니다. 엘렌은 당시 여성이라는 굴레에 갇혀 좌절하기보단, 당당히 자신의 능력을 내세워 객실 승무원으로서 최초로 비행기에 탑승한 여성이 되었습니다. 그녀의 용기와 도전 정신이 아니었다면, 여 승무원의 도입이 지금보다 한참 뒤쳐졌을 겁니다.

사회가 강요하는 고정관념에 순응하지 않고 꿈을 위해 자신의 길을 당당히 개척한 엘렌의 자세는, 바로 우리 모두가 본받아야 할 삶의 태도입니다. 

오늘도 묵묵히 꿈을 향해 나아가는 친구들에게도, 엘렌 처치의 이야기를 널리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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