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받던 코끼리 무리를 구한 동물 보호 운동가 (영상)

코끼리는 참 온순한 동물이다. 갖은 재주나 짧은 드라이브로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많은 관광객이 애써 외면하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코끼리들이 좋아서 거기에 있는 게 아니라, 폭행당하고 협박받으며 좁은 우리에 갇혀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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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서는 몇백 년 동안 수많은 코끼리들이 '파잔(Phajaan, 영혼을 부순다는 뜻)'이란 이름의 사육법으로 잔인하게 희생됐다. 사육사들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코끼리의 네 다리를 묶어 비좁은 나무 우리 안에 최소 1주일 동안 가둔다.

You Tube / Circa News

옴짝달짝할 수 없는 새끼 코끼리는 온갖 악랄한 고문에 시달린다. 사육사들은 쇠고리, 철 막대 등의 도구로 코끼리를 상처입힌다. 사료와 물은 주지 않는데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괴롭힌다. 꿈나라만이 코끼리가 지옥 같은 현실을 몇 시간이나마 잊을 수 있는 곳일 텐데도 말이다.

Facebook / Elephant Nature Park

경험 많은 사육사들은, 새끼 코끼리가 삶을 포기하는 순간을 귀신같이 알아챈다. 심한 고통에 영혼까지 상처 입어, 차라리 죽고 싶어 하는 코끼리들의 슬픈 눈을 사육사들은 알고 있다. 코끼리가 죽음의 문턱에 들어선 그 순간, 처음으로 물과 사료가 주어진다. 이토록 잔혹한 고문 방법을 통해 사육사는 코끼리를 다룬다. 관광 산업이나 불법 목재 산업에 보다 쉽게 동원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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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크(Lek)라고 불리는 태국 여성 상듀엔(Sangduen Chailert)는 코끼리들에게 행해지는 고문을 이제 멈춰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 이유를 레크가 유년시절에 겪은 트라우마에서 찾을 수 있다.

"어릴 때 깊은 상처를 입은 코끼리를 봤어요. 몹시 힘들어 보였는데, 주인은 자꾸 나무를 나르라고 재촉했습니다. 코끼리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요. 저는 주인에게 혹시 코끼리가 쉬면 안 되겠느냐고 물었어요. 하지만 주인은 '그럴 시간 없다'라고만 답했습니다. 코끼리는 죽어서야 제대로 쉴 수 있었습니다. 주인이 마구 채찍질할 때, 코끼리의 얼굴에서 화나고 슬픈 감정을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이어 코끼리는 울부짖었습니다. 엄청 충격적인 광경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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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크는 지금까지도 그날의 트라우마를 잊지 못한다. 특히 간절하게 집에 돌아가고 싶어 했던 코끼리의 애달픈 울음소리는, 떠올릴 때마다 간담이 서늘해진다고 한다.

한 사람이 몇백 년 이어지던 코끼리 고문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레크는 그래서 코끼리들을 구조하고 보호할 수 있는 공원을 설립하기로 했다. 동물 보호 단체 그린 투어스(Green Tours)의 도움으로, 공원은 1996년 태국 북부에 문을 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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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자연공원(Elephant Nature Park)은 단순한 코끼리 구호 센터가 아니다. 공원 직원들은 각 코끼리 종에 맞춰 야생과 똑같은 서식 환경을 준비했다.

이곳에 방문하는 손님들은 코끼리 등에 탈 수 없다. 코끼리들은 묘기를 부리거나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공원에서는 동물의 복지가 항상 우선이다. 관광객들은 입장료를 내고 투어를 할 수 있고, 입장료는 공원 유지비 및 코끼리 지원에 사용된다.

Facebook / Elephant Nature Park

공원에 있는 코끼리들은 모두 끔찍한 환경에 있다 구조되었다. 외상으로 인해 몸도 마음도 성치 못하다. 

"85%의 코끼리들은 정신적인 장애를 안고 공원에 들어옵니다. 몇 마리는 마치 좀비처럼 넋을 놓고 있는 애들도 있어요. 피로로 힘들어하는 코끼리, 장애나 부상이 있는 코끼리, 눈이 먼 코끼리, 다리를 저는 코끼리가 있지만 가장 치료하기 힘든 아이가 정신적인 장애를 갖고 있는 코끼리입니다. (이 경우) 대부분의 코끼리는 완전히 멍해져 있어요. 어떤 코끼리는 계속 제자리에서 빙빙 돌기도 하고, 다른 코끼리를 보면 소리를 지르고 도망 치는 코끼리도 있습니다. 몸보다도 마음의 병이 훨씬 깊은 아이들이죠."

렉은 코끼리들과 소통하고, 영혼을 어루만져주고, 마음을 달래줄 방법을 알았다. 그녀의 따뜻한 마음과 공감 능력, 부드러운 목소리는 상처입은 코끼리들의 마음을 활짝 열었다.

Facebook / Elephant Nature Park

코끼리 자연 공원을 오랫동안 후원했던 헨릭(Henrik Enevoldsen)은 렉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렉이 한 코끼리와 인사를 나누고 나면, 그 코끼리는 다시는 렉과 떨어지려 하지 않습니다. 그녀 옆에서 항상 머물고 싶어 하죠. 렉이랑은 (공원 내) 코끼리 서식지를 찾아갈 수가 없어요. 모든 코끼리가 반가워하면서 한 번에 우르르 달려오거든요."

코끼리들이 렉과의 시간을 좋아하는 만큼, 렉도 코끼리들과 있을 때 마음이 행복으로 꽉 들어차는 느낌이라고 한다. 그녀는 온순한 동물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 편안하고, 앞으로도 오롯이 코끼리들을 위해서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단다.

Facebook / Elephant Nature Park

다음 영상에는 앞서 설명된 고문을 당하는 코끼리들의 모습과 공원에서 코끼리들을 돌보는 렉의 인터뷰가 실려있다. (영어)

누구나 쉽사리 할 수 없는 대단한 노력을 보여준 렉. 자신은 뒤로하고, 코끼리들을 위해서 몇 년 동안 고군분투해왔다. 불가능해 보였던 일을 실제로 이루어냈다. 코끼리들은 드디어 고통받던 삶에서 벗어나, 코끼리 자연 공원에서 평화로운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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