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육상 400m 준결승전, 쓰러진 아들 곁으로 다가온 아빠는 함께 뛰기 시작했다.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하계 올림픽하면, 뭐니 뭐니 해도 황영조 선수의 마라톤 금메달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이다. 빛나는 영광의 순간에 가려져, 그대로 묻혀버린 사연이 있다. 당시 전 세계를 감동에 젖게 만든 한 편의 영화 같은 사건이 400m 육상 준결승 경기에서 벌어졌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데렉 레드몬드(Derek Redmond). 그는 영국 육상 유망주로서 1988년 서울 올림픽에도 참가했지만, 경기 직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이후 22번의 수술을 거친 뒤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집념의 사나이였다. 

예선도 잘 치렀겠다 컨디션이 최상이었던 데렉을 보며, 영국 언론들은 그가 메달을 딸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떠들썩하게 보도했다. 영국 전 국민이 숨죽여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탕!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총탄이 힘차게 울려 퍼졌고, 데렉은 빠르게 선두로 나섰다. 

그러나 170m 지점에서 데렉은 갑자기 쓰러졌다. 햄스트링(허벅지 뒤 근육)이 파열된 것이다. 응급 치료진이 달려왔지만, 그는 손을 내저으며 달리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안타깝게도, 그는 다시 쓰러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질 못했다. 

YouTube /Olympic

그때, 관중석에 있던 어떤 한 사람이 뛰쳐나와 안전요원들을 물리치고 데렉을 부축하며 일으켜 세웠다. 바로 데렉의 아버지, 짐(Jim Redmond)이었다. 짐은 아들에게 말했다. "데렉, 뛰지 않아도 돼. 그만해도 돼." 그러자 데렉이 응답했다. "아니요, 끝까지 달리고 싶어요, 아버지."

그러자 짐은 데렉을 더 힘껏 부축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함께 뛰자꾸나!"

아버지는 아들의 허리를 감싸 부축하며 함께 천천히 달렸다. 그리고 결승선에 닿기 10m 전, 일부러 아들의 손을 놓았다. 아들이 혼자 결승선을 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데렉이 결승선을 넘는 순간, 경기를 말없이 지켜보고 있던 약 65,000명의 관중들이 일제히 일어나 우뢰와 같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비록 규정상, 데렉의 완주는 올림픽 기록으로 인정받진 못했지만, 부자의 동반 완주는 올림픽이 만들어낸 가장 극적이며 눈물겨운 감동의 드라마였다. 

이후 한 인터뷰에서 데렉은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의 '함께 가자'란 말이 있었기에 끝까지 달릴 수 있었습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자신을 치켜세우는 언론에 짐은 손을 내저으며, "그 어떤 부모라도 그 같은 상황이었다면, 나와 같이 행동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다음의 영상을 통해 감동의 현장을 직접 감상해 보자.

비록 메달은 따진 못했지만, 그날 데렉은 인생에서 가장 값진 경험을 했다. 그리고 이 경험은 '아버지의 사랑'이 만들어낸 기적이었다. 마음이 뭉클해지는 데렉의 이야기를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널리 공유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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