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하고 울적한 가을밤에 보기 딱 좋은 영화 9선

무더운 여름이 가고, 차가운 공기가 뺨을 어루만지는 가을이 왔다. 전기장판에 쏙 들어가 귤 까먹으며 이런저런 영화를 자주 찾아보는 시간이 늘어날 거다. 오랫동안 등한시 했던 DVD 플레이어 전원을 키고, 가족과 친구들과 소파에 앉아 고전영화 보기 좋은 계절이다. 가을 내음이 물씬 풍기는 분위기 있는 영화 9작품을 추천한다.

1.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1989)

줄거리: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만난 샐리와 해리. 하나에서 열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 둘은 서로를 잊고 각자 운명의 상대를 찾아 헤매며 살아간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선지, 두 사람은 5년마다 한 번씩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결국 샐리와 해리는 서로 끔찍이 아끼는 친구 사이가 된다. 둘의 끈끈한 우정에는 딱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과연 성적인 끌림 없이, 남자와 여자는 온전히 친구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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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가 가을에 어울리는 이유? 영화 속 하이라이트 신은 가을 오후를 배경으로 한다. 사랑과 우정에 관해 재미있게 풀어내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다.

2. 반지의 제왕 삼부작 (2001-2003)

줄거리: 설명이 필요 없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마법, 마법사, 전쟁, 사랑, 그리고 우정과 의리에 관한 대서사시다. 아직도 본 적 없다면, 이번 가을에야말로 시리즈 완전 정복을 노려보자.

왜 가을에? 영화 속 침침한 조명, 으스스한 숲, 그리고 습기 차 보이는 화면효과는 가을 저녁 어두운 방에 콕 틀어박혀 보기에 더할나위 없이 완벽하다. 곧 핼러윈도 다가오는 지금 보기 딱 좋은 영화다!  

3. 노팅힐 (1999)

줄거리: 영국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남자의 평범한 인생이 유명한 할리우드 여배우를 만나면서 180도 바뀐다. 중간 중간 끼워넣은 소소한 웃음과 감동 포인트가 돋보인 영화. 남녀가 첫 눈에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전형적인 러브스토리다.

왜 가을에? 줄리아 로버츠와 휴 그랜트는 상처 입은 사람을 달래주는 최고의 듀오다. 영화 내내 나오는 개성 넘치는 영국 문화에 눈과 귀가 즐겁다.

4. 호스 위스퍼러 (1998) 

줄거리: 말을 타다가 달려오는 트럭에 치인 10대 소녀에게 남겨진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 상처 입은 딸과 말을 치유해주고 싶었던 엄마는, 둘을 데리고 미국 몬태나주 목장에 사는 능력 있는 말 치료사이자 커뮤니케이터를 찾아간다...

왜 가을에? 홀스 위스퍼러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몬태나주 시골 풍경을 담고 있다. 유명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첫 주연을 맡은 영화이기도 하다.

5. 호커스 포커스 (1994) 

줄거리: 영화는 핼러윈이 얼마 남지 않은 10월 중순을 배경으로 한다. 마녀로 이름을 날린 샌더슨 세 자매가 처형당한 지 300년째 되던 해에 일어난 일이다. 사정을 모르고 이 동네로 이사 온 한 남자가 실수로 마녀 자매들을 깊은 잠에서 깨웠다. 살아난 자매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룻밤뿐.

왜 가을에? 1990년대에 제작되긴 했지만, 지금 다시 봐도 기가 막히게 웃기고 으스스한 핼러윈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

6. 500일의 썸머 (2009) 

줄거리: 야망 있는 건축가 톰은 자신이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이상형인 썸머와 사랑에 빠진다. 톰은 세상 어딘가에 소울메이트가 존재한다고 믿는 청년이지만, 썸머는 세상에 '진정한 사랑'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받아치며 진지한 연애를 거부한다.

왜 가을에? 이별을 다루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빵빵 터지는 장면(넘사벽 이케아 씬)이나 마음을 잔잔하게 울리는 장면이 인상 깊다.

7. 붉은 거북 (2016)

줄거리: 배가 난파당해 무인도에 표류한 남자. 그는 무인도에서 탈출하려 안간힘을 쓰지만, 세 번에 걸친 탈출 계획은 장렬하게 실패하고 만다. 절망에 빠진 순간, 남자는 붉은 거북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인생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왜 가을에? 이 애니메이션 영화가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시작부터 끝까지 흠 잡을 데 없이 아름다운 연출과 효과로 시상식에서 많은 상을 휩쓸었다. 눈물 없이는 절대 볼 수 없는 마지막 장면이 일품.

8. 홈 (2009)

줄거리: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지구상에 있는 다양한 문화뿐만 아니라,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국제적인 문제들을 심도 있게 다룬다.

왜 가을에? 얀 아르튀스-베르트랑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수려한 연출력으로 보는 이에게 뜻깊은 교훈을 남긴다. 가끔은 사색에 잠기게 하는 영화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을만큼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도 없으니까.

9. 가을의 전설 (1994)

줄거리: 미국 몬태나주 황야에 사는 대령에겐 트리스탄, 알프레드, 사무엘, 이렇게 세 아들이 있다. 그러던 중 사무엘이 1차 세계대전 중 목숨을 잃게 되고 가족은 큰 비탄에 빠진다.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트리스탄과 알프레드는 죽은 형제 사무엘의 아름다운 약혼자를 사랑하게 된다.

왜 가을에? 영화 제목부터 무려 '가을의 전설'이다! 영화는 형제간의 치열한 경쟁이 어떻게 한 단란한 가정을 파탄 내는지 조목조목 보여준다.

가을밤에 보기 좋은 영화 목록도 알아뒀겠다, 이제 즐길 일만 남았다. 두꺼운 이불, 따뜻한 커피나 코코아를 준비한 뒤 불을 끄고 천천히 감상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