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죽음 70년 만에 그의 영웅적인 행보를 알게 된 부인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노인 페기 해리스(Peggy Harris)는 평생 베풀고자 노력하며 소박하게 살아왔다. 페기의 상냥하고 따스한 미소 뒤엔, 왠지 모를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젊은 시절부터 줄곧 슬픔을 간직하며 살아왔기에, 그녀의 주름진 얼굴은 어딘가 쓸쓸해 보인다. 

Youtube/CBSNews

이야기는 194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젊고 아름다웠던 숙녀 페기는 22세의 공군 조종사 빌리(Billie)를 알게 됐다. 둘은 열정적으로 사랑에 빠졌고 얼마 안 가 결혼하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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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가 된 신혼부부는 한껏 들떴다. 꿈과 희망에 부풀어 행복했던 부부는 바로 앞에 닥칠 가혹한 운명을 짐작조차 못 했다. 결혼식을 올리고 몇 주 지나지 않은 시점, 빌리는 제2차 세계대전이 불거진 유럽으로 파병됐다. 페기는 눈앞이 캄캄했지만, 참전이 불가피한 남편을 막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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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떠난 빌리에게서 연락마저 끊겼다. 페기는 밤낮으로 남편 걱정에 어찌할 줄을 몰랐다. 간절히 기다리고 기다렸건만, 아무 소식도 전해지지 않았다. 몇 주, 몇 달이 흘러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마침내 길고 긴 전쟁이 끝난 후에도, 빌리의 생사조차 알 길이 없었다. 

혼자가 된 페기는 괴로움을 잊고 어떻게든 새 삶을 살아보려 발버둥 쳤다. 그러나 어느 날 빌리가 현관문을 벌컥 열고 "다녀왔어!"라고 우렁차게 외치며 들어올 것만 같아, 도저히 사랑하는 남편을 가슴 속에 묻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수년이 흐르고, 애처로운 페기의 삶은 견딜 수 없을 만큼 버거워졌다.

빌리가 전쟁에서 죽음을 맞았거나, 페기를 버리고 새 출발을 했을 수도 있는데... 모든 희망이 물거품이 된다 해도, 페기는 새사람을 만나 재혼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페기에게 있어서 빌리가 아닌 다른 남자는 아무 의미도 없었기에.

오랜 시간이 흘러, 페기는 혼자가 되었음을 서서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빌리는 아마도 전사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페기에게 연락하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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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이라는 긴 세월 끝에, 빌리의 친척 하나가 행방찾기에 나섰다. 그는 군대에 연락하여 빌리의 기록을 열람하는 데 성공했다. 빌리가 전사했다는 사실이야 이미 각오하고 있었지만, 그의 죽음을 둘러싼 정황을 듣고는 놀라 할 말을 잃어버렸다.

기록에 따르면, 빌리는 1944년 페기와 결혼한 지 6주 만에 전사했다. 노르망디 상공 위를 날던 중 폭격을 맞고 작은 마을 방트 인근에 추락한 것. 전투기의 추락을 목격한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빌리는 인가가 몰린 쪽에 떨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선회했다고 했다. 죽음을 맞는 최후의 순간에도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자 했던 빌리, 그는 진정한 영웅이었다.

페기는 남편의 죽음을 전해 듣고 괴로워한 한편, 진실을 알고 난 뒤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이제 프랑스로 떠나 그의 묘소를 방문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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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트에 도착해 첫발을 디딘 페기는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 수많은 생명을 구한 그녀의 남편은 이미 마을의 영웅으로 추대됐고, 빌리의 이름을 딴 거리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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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세 번, 마을 주민들은 그들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끝내 목숨을 희생한 용감한 공군을 기리는 행사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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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당시, 빌리의 추락을 목격한 91세의 노인이 페기에게 직접 당시의 상황을 전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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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 노인은 친구들과 함께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빌리의 시신을 수습하고 제대로 장례를 치르도록 도왔다. 그 후로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마다 그날이 오면 주민들은 빌리의 묘소에 모여 영웅의 업적을 기리고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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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의 유골은 이후 노르망디의 국립묘지로 옮겨졌지만, 방트의 무덤은 영웅을 추모하는 의미에서 그대로 남아있다. 

페니는 남편의 묘소를 정성껏 관리해준 주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한 참전 용사가 쓸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그분을 살릴 수만 있었다면..."

페기는 잔잔한 어조로 그에게 답했다.

"(우리의 마음속에) 살아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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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는 이제 기일이 되면 해마다 방트를 방문해 주민들과 함께 추모식을 갖는다. 주민들은 페기의 이어진 방문을 열렬히 환영했고, 그녀를 공동체의 일원으로 생각하게 됐다. 남편이 목숨 바쳐 구한 마을인 만큼, 페기에게도 더없이 소중한 장소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다음의 영상에서 자세히 확인이 가능하다.

사그라지지 않는 사랑과 희생, 용기를 전하는 감명 깊은 사연이다. 빌리는 옳다고 믿는 바를 위해 싸웠고,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도록 목숨을 바쳐 막았다. 그의 아내는 평생에 걸쳐 다신 돌아오지 못할 남편 한 사람만을 가슴에 품고 사랑했다.

인간성이 무참히 짓밟히는 어두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진정한 사랑과 용기의 이야기가 한 줄기 빛처럼 우리를 비추기에, 오늘도 실낱같은 희망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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